환멸1[
幻이라는 글자도 좋아하고 滅이라는 글자도 미치도록 좋아하는데 그 두 단어가 합치면 더욱 기가막힌 단어가 된다. 환멸.
와~.
그런데 엊그제 뭔 강의에서(지금 찾아보니 2월 12일에 본 것이넹?) 이런 말을 들었다.
"환멸이 즉 깨달음이다"
그 말을 듣는데 머릿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쿠나!!!
그렇다면 난 매일매일 깨닫고 있었다는 말? ㅋㅋ
그 매혹적인 강사는 상처가 난 곳에 새 살이 돋아나고,
고통과 환희가 손을 잡는다고 부언했다. 아멘이었다.
이런 좋은 말 쓰려고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다.
우리 교회 홈피에 대하여 한 말씀 하고 싶어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싶지만, 그래서 그만큼이나마 이해하고 참여하고 독려도 하고 주장도 펼쳤지만
위의 멋진 의미의 환멸 말고 그냥 퍼질러앉은 느낌의 '환멸'이 얼마전부터 나에게 찾아왔다.
제일 싫었던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감의 결여였다.
그 사람이 누구이던, 어떤 사람이건, 무슨 잘못을 했건, 덜 성숙된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어제도 누군가 말했는데
<옳은 게 정답은 아니다>. 아멘.
그리고 가장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것.
자기 주장은 펼 수 있지만 자기 주장으로 타인에게 비수를 겨누는 일은 삼가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좀 더 신앙이 성숙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빤히 지켜보노라면
그야말로 '환멸'이 내 빈약한 신앙을 파고드는 바람에 나까지 약해빠진 인간이 되는 것 같다. 싫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고, 그 잘못을 아주 늦게 깨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영원히 깨닫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나의 영역은 아니다. 인간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영역이지 않을까?
교회 홈피에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그래서 무엇인가 쓰고 싶은 것은 있지만
그 어떤 억제기제가 나의 손을 꽉 붙들고, <자제>를 요청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상태가 마음에 든다.
아무쪼록 이번 환멸을 통하여
나에게 성숙된 어떤 깨달음이 도래하기를.
그리고 오늘 두번째 성경공부 시간에 하나님이 나의 마음을 터치해주시기를!
그런데...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환멸, 너무 멋진 단어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