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 잔뜩 흐리다. 날씨도 그렇고 내 마음도 그렇고.
한참 우울에 빠져있다가 생각했다. 맑은 날도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것이지 뭐...
마음의 여유가 더 있으면 흐림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기독교인이라고 늘 하나님 사람의 감격에만 빠져있지는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또 깨달았다.
인생의 굴곡처럼 컨디션이나 상황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겠지...
며칠 뜸하다가 모처럼 피아노 앞에 앉았다.
두꺼운 가스펠을 뒤져서 내가 좋아하여 접어놓은 모든 노래를 다 쳤다. 한 시간은 훨씬 더 걸린 것 같다.
기분 나면 곡조 있는 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완전 빠져들었다.
가스펠을 만든 사람들도 모두 삶의 질곡을 많이 겪은 사람들이려니, 그런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가사에 그들의 고통과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멘이었다.
내가 눅눅하고도 스산한 <흐림>속에 있을 때가 있는 것처럼, 마치 오늘처럼, 그들도 힘든 여정속에서
그토록 빛나는 가사를 짓고 곡을 지었으리라.
그래서 더욱 위로가 되었다. 그려, 나만 힘든 것은 아닌 것이여^^;;
어제 누군가 빌려준 시집을 읽고 싶은데 남편 안경이 돗수가 맞지 않는지 어질어질하다.
하는 수 없이 온종일 설교와 강의 삼매경에 빠져 지냈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그랬다. 눈 똑바로 뜨고 열심히 집중해서 들으면서 그들의 깊은 사유와 지식의 넓음에
두 손을 바짝 들었다. 어느 분의 말씀. 책을 세 권 냈는데 완전 망했다고...
너무 깊은 인문학 서적은 아주 소수의 마니아만 찾는 것 같다... 삼 년 동안 썼던 어느 저서는 아주 '배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내 가슴이 다 아파왔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작업을 멈추지 않는 그 모습에 은혜받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 자존감,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
두 시간짜리 강의를 열어놓고 이곳에 들어왔다.
논리적인 강의를 들으면 내 마음도 좀 이성적으로 전환될까 싶어서 그 강의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온종일 낮게 드리운 구름이 내 마음에, 그리고 하늘에 잔뜩 끼어있었다.
그럴 때는?
그 <흐림>마저도 즐겨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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