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터키 최고의 관광지, 파묵칼레에 도착했다.
석회로 이루어진 정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벌써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신을 벗었다.
나도 나의 통가죽 구두도 벗었다. 양말도 벗어 구도 속에 집어넣었다. 맨발. 가장 네이키드한 나의 맨발이 이제 석회석으로 된 파묵칼레에 입맞춤하려고 한다. 산뜻한 감촉이었다. 석회석이 아니라 하얀 눈이었다면 발이 얼얼했을 테지. 만약 사진으로 이 정경을 찍는다면, 이곳이 파묵칼레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눈 덮인 얼음산에 맨발로 서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조심스레 발을 디디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저 아래 시퍼런 호수가 보였다. 아, 광활한 석회석 지형이었다. 하늘의 색과 호수의 색이 똑같았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순례자들과 좀 떨어져 인적이 드문 쪽으로 갔다.
키가 자그마한 내 또래의 일본 아줌마 관광객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미소는 세계 공용어이므로 우리는 오랜 친구처럼 악수도 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도 했다. 사진 한 장씩 찍어주면서 교류하는 따뜻한 인류애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려나?
드디어 내 발로 그 석회 골짜기에 섰을 때의 기분이라니... 크게 한 바퀴 돌고 다시 초입으로 돌아가서 냇물처럼 졸졸 흘러내리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그곳에서는 우리 순례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바지를 정강이까지 올리고 발을 담그고 있었다. 하나 같이 행복한 표정들이다.
투명한 하늘에 퍼지는 세계 각국의 언어들. 참 인터내셔널한 자리였다. 유럽의 금발 할머니도 중동의 배 나온 아저씨도 일본 아줌마도 한국 순례자들도 모두 한 가족처럼 길게 늘어 앉아 마치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를 치면서 따스한 온천 족욕을 즐기는 것이었다.
정말 이번 여행은 파묵칼레와 카파토기야를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 죄송하게도 파묵칼레와 카파토기야는 바울의 선교 여행과는 관계없는 곳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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