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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터키 성지순례

34. 보스포러스 해협 선상 생일 파티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4. 12. 16.

여행 중에서의 세 번째 한식으로 점심을 마쳤다. 외국 여행지에서 왜 한식을 먹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수저만 깨작거리다 말았다. 그리고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갔다. 그렇다. 그곳에서는 나의 생일 파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준비는 다 하셨나요?”

가이드가 손을 들어보였다. 그의 웃음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말 믿음직한 가이드였다.

순례자들만을 위해 빌린 배에 올랐다. 에게 해를 건널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우리 식구들만 있으니 훨씬 분위기가 좋았다고 할까.

보스포러스의 해협은 이쪽은 아시아, 저쪽은 유럽이다. 경관도 전혀 달랐다.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배가 앞으로 나아가자, 우리는 환성을 질렀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마치 물위에 서 있는 수중 건축물처럼 바로 물 옆에 지어져 있었다.

누군가 순례자들에게 결코 싸지 않은 차를 대접했다. 뜨거운 차로 목을 축이면서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가이드와 나만 알고 있는 깜짝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어느 틈엔가 촛불을 밝힌 화려한 케이크가 등장했고 좀 어리둥절해 하는 순례자들에게 가이드가 내 생일 이벤트를 말해주었다. 박수, 그리고 환호성.

작은 폭죽이 터지고, 샴페인도 터뜨렸다.

모두 한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이 감격이라니.

케이크를 자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정말 모든 순례자들이 진심으로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티 없이 살고 싶다.

나는 케이크를 잘라 모든 순례자들에게 나누어주고 모든 순례자들에게 샴페인을 따라주었다. 모두 마시라고 협박을 했다. 나는 샴페인을 겨우 몇 모금 마셨을 뿐인데 취한 것 같았다. 그렇다. 행복에 취한 것이다. 그 순간, 이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했다.

누군가 나와 축하 노래를 불렀고, 박수를 쳤고, 그리고 웃었다. 그곳은 또 하나의 천국이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르며 배위에서 벌어진 나의 쉰 네 번째 생일 파티는 아름다웠다. 그 시간을 아낌없이 누리면서 나는 생각했다.

앞으로 힘든 날이 오면 오늘을 기억해야겠다. 오늘을 떠올리면서 위로를 받고 그리고 새 힘을 얻어야겠다.

 

그랜드 바자르 시장은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다. 물건에 대하여 별 흥미가 없는 나는 건성으로 돌아보았지만 그 화려함과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혹시 길을 잃을 것을 염려한 가이드의 조언대로 꼭 두 명 이상씩 무리를 지어 다녔을까. 온종일 돌아보아도 도저히 다 볼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시장이었다.

다른 순례자들은 카펫도 사고, 그릇이나 액자, 목걸이 등을 골랐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이전부터 눈여겨보았던 먹거리를 골랐다. 흥정이 시작되었다. 모두 가격 담합을 했는지 터키 수준에 비하여 비쌌지만 대충 흥정을 해서 세 개는 네 개로 불렸고 네 개는 다섯 개로 불려서 받았다. 그래도 상인들이 싱글벙글 하는 것을 보면 또 바가지구나 싶었지만, 터키의 웃음 값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그곳에서 터키 특산품인 꿀 과자를 열 통 샀다. 부드러운 엿처럼 달콤하고 견과류가 씹혀서 아주 맛이 좋았다. 맛보기로 내 놓은 과자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터키는 나에게 이 꿀과자처럼 달콤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쓴 맛을 보게 되는 상황이 오면 이 꿀과자를 먹으면서 터키에서의 달콤했던 시간들을 다시 떠올려야지.

 

 

그리스 터키 성지순례기 650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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