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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나의 스토커

4일- 독립기념일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6. 23.

4일 - 독립기념일

 

어제 그 분을 맞이하느라 좀 힘들었던 고로 오늘은 새벽 기도를 제끼려고 하였으나 어쩐 일인지 5시에 또 눈이 확, 떠졌다. 마구 졸음이 몰려오면 얼른 눈을 감고 모른 척 자야지, 했는데 웬걸? 정신이 똘망똘망해진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서 마리서원으로 갔다.

코까지 골며 신나게 잠자던 개가 웬 정신력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깨어나, 비칠거리며 따라 들어와 그대로 뻗어 주무신다.

이런 기도 저런 기도 끝에 성경을 읽는데 좀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어제 요한복음 11장을 읽는데 죽은 나사로를 살리는 이야기를 읽었다. 나사로와 마리아 마르다 자매를 설명하는데 이렇게 되어 있다.

2절 말씀 :'마리아는 주님께 향유를 붓고, 자기의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씻은 여자요 병든 나사로는 그의 오라버니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읽었다, 어제는.

그런데 오늘 이어서 요한복음 12장을 읽는데 좀 이상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린 베다니에 가신 예수님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나사로 가족이 주최한 듯 보인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11장에 이어서 계속되는 것이다. 헌데 이상하다.

3절 말씀 : 그 때에(예수님과 사람들이식탁에서 잔치 음식을 먹을 때) 마리아가 매우 값진 순 나드 향유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았다.

아무리 읽어도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읽을수록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이럴 때는 바이블클리닉이 필요하다. 시간 나면 이메일로 문의해보아야 할 듯.

 

*바이블클리닉: 구약성서를 전공하시고 대학 강단에 서시다가 대한 성서공회 총무를 역임하신 민영진 목사님(교수님, 박사님, 시인)이 운영하는 성경 클리닉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 말씀에 대해 질문하면 더 할 나위 없이 상냥하고 자세하게 자알 설명해주시는 인터넷 상담실이다.

 

요한복음 12장을 계속 읽어나가는 데 또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

9절 말씀: 유대 사람들이 예수가 거기(나사로가 사는 베다니)에 계신다는 것을 알고, 크게 떼를 지어 몰려왔다. 그들은 예수를 보려는 것만이 아니라, 그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나사로를 보려는 것이었다.

 

읽다가 너무너무 우스워서 꼭두새벽에 (소리날까봐 입을 가리고) 한참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그저 달은 못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보느라고 중요한 것을 자주 놓친다. 쯔쯔...

 

성경을 읽다보면, 특히 기똥차게 번역된 표준 새 번역으로 읽으면 너무도 재미있는 구절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럴 때면 무슨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밑줄을 쳐놓고 누군가와 그 재미를 공유하고 싶지만 아직 그런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27장 62절에서 65절을 잘 음미하면서 읽어보라. 너무 웃다가 배꼽이 빠질지도 모른다.

 

이튿날 곧 예비일 다음날에,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빌라도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각하, 세상을 미혹하던 그 사람(예수를 일컬음)이 살아 있을 때에 사흘 뒤에 자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흘째 되는 날까지는, 무덤을 단단히 지키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혹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가고서는, 백성에게는 '그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났다'하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속임수는 처음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경비병을 내줄 터이니, 물러가서 재주껏 지키시오."

 

이 구절을 읽고도 미소짓지 않는 사람은 졸면서 읽은 것이 틀림없으렷다? ^^

 

어제 술을 하신 남편을 위하여 얼큰한 해장국을 끓여놓고 말했다.

"여보, 오늘 매우 바빠서 자정을 넘기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려, 잘 다녀와. 조심하구!"

불과 얼마 전까지도 나의 친구들로부터 혹시 경미한 의처증 환자가 아닐까 의심받기도 했던 우리 남편의 변화된 모습을 보라. 나는 더욱 있는 힘을 다하여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여 섬길 것을 결심, 또 결심했다.

 

오늘은 네 탕이나 뛰어야 한다.

10시 병원 심방

11시 속회 예배 인도

2시 문인협회 상장 상패 등 각 학교 전달

7시 샘 출판기념회

 

문 밖을 나서면서 화살기도 한다.

하나님, 오늘도 실수하지 않도록, 후회할 일 하지 않도록 도와 주세요. 오늘도 무사히!!

 

초등 1년생 딸내미 맹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집사님이 문자로 신신당부했다.

‘정말 절대로 오시지 마세요. 안 오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나는 갔다.

물어물어 맛난 도너츠 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것만 골라 한 박스 사들고(속회 공금으로 산 것이다) 병원로비에서 전화했다.

"집사님~ 여기 병원 로비인데 입원실이 어딘가요?"

"아유 조금 있다가 퇴원하는데..."

"그래도요~~"

 

수술도 잘 되어 명랑 쾌활한 아기 환자를 보고 매우 안심했다. 수술 자리도 보고,  초딩 1학년 수준의 귀엽고 깜찍한 대화를 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아아, 하지만 병원 심방에 꼭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사항이 나에게 남아있다. 바로 기도!

환자와 보호자를 위하여 기도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입이 안 떨어지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쓰는 병실이다 보니 눈치도 보일 뿐 아니라, 그 사람들도 듣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겨우겨우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이리 가까이 와라, 조그맣게 기도해 줄께.”

그리고는 머리를 맞대고 조그만 목소리로 기도했다. 멋지게 하고 싶었지만 역부족이므로 그냥 솔직하게 기도했다.

심방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후덥지근한데 등줄기가 완전 땀에 젖었다. 그래도 미션 완수에 기쁨을 두 배 느낌.

 

부리나케 걸어 속회 예배드리는 장소로 이동.

나까지 다섯 명이 옹기종기 앉아 예배드렸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속회 인도.

광고시간에 공식적인 방학이 없다고 하니까 속도들 말씀이 그래도 슬쩍 방학하자고 하신다.

"인도자님(나를 부르는 호칭이다) 글도 쓰시고 바쁘실 텐데 그냥 방학해요~"

아멘!

다음 주 우리 집에서 속회 쫑파티를 하려고 했더니 그럴 것 없다고 그냥 이번으로 방학하자고!!

너무너무 좋아 내 입이 헤 벌어졌다.

대신 방학 중간에 한 번 만나 같이 점심 먹으면서 회포를 풀기로 약속했다.

 

일주일 중 가장 부담스러운 금요일, 왜냐? 속회를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 수필 강의보다 오히려 속회 인도가 더 부담된다.

60대 한 분, 70대 두 분, 80대 노인 두 분, 그리고 나와 띠 동갑인 집사님 한 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누가 그렇게 성경말씀을 묻거나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는데도 그것과 상관없이 하나님 말씀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큰 짐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일주일 중 가장 기쁜 시각은 바로 금요일 속회 인도 후, 모여서 점심 먹을 때!

9월 첫 주 속회는 우리 집에서 하기로 정하고 즐거운 성도의 교제를 빵빵하게 했다.

오늘 속회를 드린 가정은 87세 된 노 권사님이 혼자 살고 있는 영구임대 아파트였다. 자식들한테 한 푼도 도움 받지 않고 연금 몇십 만 원으로 살아가는 독거노인인데도 불구하고 권사님은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하신다.

그리고는 점심 먹으러 가면서 만원씩 나누어 주셨다. 아울렛 식당에 가서 마음껏 골라먹으라는 의미이다.

또 천원 짜리를 세시더니 3천원씩 따로 주신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 많았어요. 이거 차비."

허걱. 하긴 노 권사님이 어찌나 멋쟁이신지 피자 배달시키고 배달 온 청년에게 팁도 주는 센스 만점 권사님이시다. 극구 말려서 포기하신 노 권사님, 대신 차를 갖고 오신 분에게 만원을 주신다.

"요즘 기름 값이 많이 올랐다는데 기름 넣으세요."

체어맨 끌고 다니시는 집사님에게 말이다. 권사님 고집에 하는 수 없이 만원을 받았다.

올해 환갑 되신, 기름 값 받으신 집사님 왈, 근래 들어 용돈 받아보기는 처음이네요. 호호.

 

백일장 수상자들의 상장을 전달하기 위하여 몇 몇 문협 회원이 모였다.

삼계탕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은 회원은 집에 가져가라고 하나씩 안겨준다.

엊그제 한 밤중까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후배 문인에게 내 삼계탕까지 주어버렸다.

그 후배는 삼계탕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니까, 뭐...

초등학교 중학교를 예닐곱 곳을 돌았다. 네 팀으로 나누어서 돌았기 때문에 그 정도.

하여튼 임무 완수하니까 5시 조금 넘었다. 시간계산을 해보니 딱 강남 갈 시간과 맞아 떨어진다.

만약 중간에 텀이 있으면 헤맬 뻔 했는데 다행이다.

 

강남까지 전철로 제법 시원하게 갔지만 막상 출구로 나오니 더위가 장난 아니었다. 퇴근시간이어서 인파들 사이를 마치 헤엄치며 가는 것처럼 허우적대면서 걸었다. 후덥지근한 느낌이 불쾌지수 상한가까지 치솟는 기분이다. 같이 가기로 한 문우가 늦는 바람에 스타벅스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나 한 잔 놓고 더위를 좀 식혔다. 맨날 스타벅스에 대해 욕은 하는데 그래도 낯 선 곳에서 제일 만만한 곳은 스타벅스인 것을 어찌하랴. 이것이 바로 삶의 딜레마겠지만.

싸부님께 전화해서 약도를 잘 그려놓았다. 이름을 들으니 보나마나 요즘 유행하는 일본식 선술집이 분명하다.

문우가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매우 미안해하는 것을 진심으로 괜찮다고 했다. 이전 같으면 매우 짜증났을 상황이지만 요즘은 정말 나는 변했다. 누군가 늦어도 화가 나지 않는 것이다. 바야흐로, 도인의 경지에 이른 것일까. ㅋㅋ

 

아니나 다를까 조촐한 출판기념회 장소는 신발 벗고 들어가는 일본식 선술집이었다. 스무 명 남짓한 소설가 및 소설가 지망생들이 모여 있었다. 매우 반가워하는 싸부님.

결국 소설에 대하여, 문학에 대하여 책 발간에 대하여 문학적 삶의 여정에 대하여, 간간이 양념처럼 농담하면서 즐거운 시간 보냄. 밥은 없고, 안주거리만 갖가지 연이어 들어온다. 나는 내가 있었을 때부터 줄곧 반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쁜 현재 반장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도 소주 파, 나도 소주 파, 그녀도 애연가, 나도 애연가, 그녀도 반장, 나도 왕년의 반장이므로 낯 선 사람들 틈에서 자리를 잘 잡은 셈이었지만 문제는 정면으로 딱, 마주앉은 싸부님이 문제였다.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싸부님이(몇 년 전 금연에 성공한 싸부님은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눈에 연기가 들어간다는 둥, 줄담배 피운다는 둥, 여간 지청구를 주는 것이 아니었다. 하긴 예전에도 담배 피울 때마다 온갖 수모를 다 당했는데 그 커뮤니티를 졸업한 지금에 와서도 야단맞기는 매한가지. 그렇다고 여고생처럼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울 수는 없잖아욧. 하고 내가 대들었더니 싸부님 왈 누가 화장실 가랬냐, 입구 로비에 의자도 하나 놓여 있더구만. 하면서 장소까지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반장이랑 함께 신을 신고(복잡하기도 하여라) 한참을 걸어 나가 로비에 나가니 멀쩡하게 생긴 남자 손님이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앉아있다. 반장과 내가 로비에 선 채 라이터를 켜니 그 남자, 슬슬 피해 들어가 버렸다. 히히.

그곳에는 소설 때문에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고시원에서 쪽 잠 자면서 소설 쓰는 인간도 있고,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하여 아르바이트 하면서 소설에 목매단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도 있었다. 원래 소설이라는 것도 마약 못지않게 중독성이 강해서 우리 싸부님은 소설 쓰는 것을 天刑이라고 까지 엄포를 놓은 적도 있다.

하여튼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끊임없이 맥주잔을 돌리고 소주병을 기울였고, 싸부님과 정면에 앉지 않은 운 좋은 사람들은 구석에서 여유 있게 담배 연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원래 소설 쓰는 인간들은 사유가 대단히 자유롭다.

그 틈에 끼어 술잔을 나누고 서로 담배 불을 붙여주면서 덕담을 나누다 보니 소설의 그 뜨거운 불길에 다시 휩싸이는 기분이었다. 요즘 작품은 잘 쓰냐, 뭐 그런 물음은 절대 서로에게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다 혼자 고통의 땀을 핏물처럼 흘리면서 소설을 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서로 다 알기 때문이다.

내가 가끔씩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한 시간씩 지나가고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이 말이다.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간에 몇 사람 슬금슬금 인사하고 가기도 했지만 아직 파장 분위기는 아니었다.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데 3시 이전에는 절대 끝나지 않을 자리였다.

직행 버스를 타고 취해 졸면서 집에 오니 거의 한 시가 다 되었다.

착한 남편은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모습에 완전 감동되었다.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그것은 결코 나를 방종으로 이끌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 쉰을 넘긴 지금에야 나는 바로소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결코 이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오늘 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오늘은 미국 독립기념일이 아니라 나의 새로운 독립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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