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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기원

기독교의 미래 -알리스터 맥그래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6. 1. 8.

 

연말 연시,

해골(머릿속이라고 하고 싶지만 머릿속이라고 하기에는 내 성질이 못견디겠으므로)이 복잡한 와중에 기어이 손에 붙들고 있었던 책들은 대개 하나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적이었다.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하나님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이었겠지.

그 중,  도널드 밀러의 <내가 찾은 하나님>은 어제 겨우 쫑 쳤는데 과연 그곳에서 나 역시 <내가 찾은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널드 밀러가 어찌나 이쁘고 대견하던지. 신앙의 정수는 동서양과 남녀와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것이로군,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게 만든 책이다.

이어, 어제 오후부터 작심하고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의 미래>를 읽기 시작했다. 이것이 소설이나 에세이 류도 아니고 어찌보면 논문 비스므레한 성향의 글이라 정말 진도 안나가 미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쩌랴. 내일 독서회에서 다룰 책인데 소홀히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내가 가장 집중하는 하나님 관련 서적인데다가 요즘 내가 정말 궁금해하는 기독교의 미래를 다룬다니 한글자 한글자 씹어먹지는 못할 망정 보편적인 속도로라도 읽어치울 결심이었다. 그렇게 어제 겨우 반 읽고 오늘은 아침부터 형광펜 들고 작심하고 달려들어 겨우 쫑 쳤다. 아, 개운해.

좋은 책이었다. 나는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객관적 시각이 마음에 든다. 책 군데군데 농담이라고 해놓은 썰렁개그(하지만 읽을 수록 깊은 슬픔이 배어나오는 그나름의 하나님 사랑의 표현)에 같이 웃어주면서, 잘못된 글자도 고쳐주어가면서 읽었는데 내 머릿속이 좀 정리된 기분이다.

맥그래스의 사실에 입각한 상황분석에 십분 공감하지만 더불어 울분, 비애, 슬픔, 절망, 우울감도 선사해 주었으니 미워!

 

그 중 내 마음을 사로잡는 그의 결론을 공유하고 싶다. 

(이제부터 그의 책을 성실히 읽기로 다짐한 사랑하는)맥그래스는 '전통적 지식인'과 '유기적 지식인'이라는 두 유형이 있다고 주장한 그람시의 말을 먼저 인용했는데 그람시의 주장도 흥미롭다. 맥그래스가 그람시를 좋아하니 나도 그람시가 두말 없이 좋아지는군.

그람시의 주장에 따르면 유기적 지식인은 조직가 임과 동시에 한 사람의 변증가이며, ' 그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고 그들 세계에 대한 관념적 이해를 발전시키는 존재'로 불린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 그람시는 그 지식인의 역할을 대학 교수 이상의 누군가가 맡아야 한다고 본다.

유기적 지식인은 언론인, 소설가(앗, 바로 나 같은 ㅋㅋ), 작가(이것도 나 일꺼얌), 그리고 대중 매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렇게 맥그래스는 그람시를 이용하여 포문을 열고 요렇게 연결시켰다.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그람시의 분석은 신학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잇는 근본적인 이슈들을 제기한다. 즉 교회와 사회 안에서 신학자가 수행해야 할 적절한 역할과 기능을 성찰하는 데 있어 하나의 강력한 자극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 큰 글씨로  유기적 신학자

 

이렇게 씌어있는데 그 뒤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 책의 결론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을 조금만 적어보겠다

.....그람시가 보기에, 가장 먼저 유기적 신학자 개개인의 사회적 기능을 주목해야 한다. 즉, 그것은 유기적 신학자가 변혁을 일으킬 하나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세계관을 지지하고, 기성 체제의 주도권으로부터 해방시키며, 그 공동체의 세계관을 기성 체제 안에 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유기적 신학자는 또 하나의 아퀴나스일 수 도 있고 루터 같은 학자일 수도 있다. 핵심은 그러낳 학문성을 사용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유기적 신학자는 행동가이며, 대중에게 무엇인가 널리 퍼뜨리는 사람이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는 체계를 뒷받침하고 세우며, 공동체 바깥에서는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을 변증하는 것이 바로 유기적 신학자의 과업이다.

이런 고찰들을 통해, 우리는 대중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람시는 바로 이러한 대중문화의 수준에서 생각들이 형성되고 가치들이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그리하여 매그래스의 기독교의 미래 책 말미는 이렇게 끝을 낸다.

...'유기적 신학자'라는 관념은...기독교 미래에 대단히 중요한 주제이다.

'상아탑 신학'과 '교회안의 신학' 사이에 하나의 새로운 역동적 관계를 요구함으로써, 이 선언서의 끝을 맺는 것이 적절한 일이라 생각된다. 마침내, 생각하는 기독교인이 바빌론의 포로 생활을 끝내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거기서 자신의 언어로 시온의 찬송을 부를 때가 이르렀도다!

 

책의 후반부에 있는 매력적인 글도 덧붙여야겠다.

187페이지.

직업적인 신학자들에게 환멸을 느낀 나머지, 기독교인들은 대신 '아마추어 신학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이들은 다른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면서도 개인의 흥미에서 출발해 신학에 관심을 피력하되, 자신의 사상을 알기 쉽고 뚜렷한 언어로 전달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20세기 기독교인들의 독서 습관을 조사한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가장 많은 존경을 받은 저술가는 언론인이자 소설가(허걱)인 체스터튼, 문학비평가이자 소설가(다시 허걱)인 C.S. 루이스, 소설가(또또 다시 허걱)이자 비평가인 도로시 세이어스, 그리고 더 최근에는 이론 물리학자은 존 폴킹혼이었다. 기독교를 믿는 대중들은 이들이야말로 정작 많은 신학자들이 갖지 못했던 것, 이를테면 기독교 신앙에 관심을 갖고 몰두하면서, 그 신앙을 글로 쉽게 써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로 여겼다....

 

 

 

 

 

 

저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존 스토트와 제임스 패커의 뒤를 잇는 개신교 복음주의 진영의 대표적인 기독교 사상가. 1953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태생으로 학생시절에는 수학, 물리, 화학 등 과학을 공부했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가서 사귄 그리스도인 친구들의 삶에 감화를 받아 마이클 그린과 같은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강연에 나가기 시작했다. 진정한 기독교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면서 회심했고, 전도유망한 과학자의 삶을 버리고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한때 자유주의자의 길을 걷기도 했으나 자유주의가 죽어가는 사람에게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후, 복음주의자가 되었다. 마르틴 루터, 존 칼빈 같은 종교 개혁가들과 조나단 에드워즈, 존 오웬, 리처드 백스터 같은 청교도 신앙가들의 사상이 그의 복음주의 신학의 토대가 되었다. 최근에는 자연과학에 대한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자연과학이 신학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 3부작 Scientific Theology 시리즈(1부:Nature, 2부:Reality, 3부:Theory)를 완성했다. 그는 지금도 신학, 과학, 영성, 기독교 변증,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면서 기독교가 우리 사회에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도킨스의 신』『신학의 기초』『자존감』『복음주의와 기독교적 지성』『회의에서 확신으로』『위대한 기독교 사상가 10인』『예수를 아는 지식』『이신칭의의 현대적 의미』『십자가로 돌아가라』『종교개혁 사상입문』『역사속의 신학』『명화로 보는 기독교 기본 진리 시리즈』『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The Unknown God, Glimpsing the Face of God(Lion), Why Does God Allow Suffering(Hodder&Stoughton),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에이딘 연대기』,『생명으로 인도하는 다리』,『C. S. LEWIS 루이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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