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 전이던가 읽었던 민음사의 <친밀감>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은 나에게 정말 친밀하게 다가왔다.
사실 그 친밀감의 원제는 영국사람이 쓴 소설이므로 당연히 정사(영어로는 intimacy, 한문 표시로는 情事)다.
생각하기에 따라 대단히 음흉한 단어일 수도 있겠지만 친밀감이라는 것 자체가 살갗을 부빌 정도의 가까움을 의미한다는 정도까지만 거론하겠다.
이곳은 믿음과 연결된 글을 올리는 곳이어서 어쩌면 뭐 이런 단어를? 할지도 모르겠으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사 아닌가?
정사가 있어서 모든 인류가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고 종속된 것이거늘 기독교인들은 너무 정결하고 정숙하고 순결하여서 하고도 안한척(ㅋㅋ)하고 아이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거룩은 어찌보면 참으로 얄팍하다.
어떤 때는 적나라하게 물어보고 싶다. 하는 거 싫어해요? 그렇다면 왜 결혼했어요? 결혼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알려줄까요?
[結婚] ①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 ②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다
쫌 흥분하다보니 글이 삼천포로 빠졌네...ㅋㅋ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메모해 놓은, 내가 생각한 스케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전에 받은 선배의 긴급문자 때문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놀라움으로 병원으로 달려갔고 기도와 한숨과 위로의 네 시간 여를 보냈다.
할 말은 많지만 그 중 한가지 각인된 것은 모인 교인들과의 친밀감이었다.
그 친밀감은 참으로 돈독하여 자발 왕따인 나로서는 또다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친밀감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결국 사랑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그리고 교제이다. 서로의 사정 형편 고민 꿈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교제말이다.
이것이 참 부럽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숨김없는 고백이다.
나는 어지간히 고독하다. 그리고 그것이 싫지 않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사랑의 저장고가 작아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담기 힘들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의 적은 용량의 사랑의 저장고를 부족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게 뭐지?
그렇게 외떨어져서 또한편 같이 몇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꿈까지 꾸면서 잠을 잤다.
선배언니의 수술 때문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탓이었으리...
잠에서 깨어나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아침에 읽으려고 했던 책 한 권을 뗐다. 매혹적인 문장이어서 세시간만에 다 읽어버린 것이다.
와우, 나의 집중도는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 ㅋㅋ 자뻑은 건강에 좋다니까 자꾸 하게 되넹.
어쨌든 기분 좋아짐. 세계문학전집 속에 그 책이 끼어있는 이유를 알겠다. 아울러 영화화되어 그토록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것도!
나의 글쓰기에도 막연하게나마 희미한 길(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여튼 그 책을 밀어놓고, 지금 다시 만만치않게 두꺼운 책을 하나 다시 집어들었다.
조금 전 아들이 일박이일 여행을 돌발적으로 떠나왔다고 내일은 교회 택배 기사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전갈이 왔기 때문에
내일은 24킬로 떨어진 교회는 땡치기로 했다.
남편과 손잡고 집에서 백미터 전방에 있는 은혜충만한 동네교회에 가서 신실한 마음으로 예배드릴 작정이다.
모교회(대체 이런 표현이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지만)를 쌩까는 대신
자그마치 17500원이라는 정가를 자랑하는 <한국교회 미래지도>라는 책(어제 알라딘에서 배달된 따끈따끈한)을
지금부터 내일까지 성실하게 읽을 결심이다. 아, 내일까지의 시간이 기대되는군!
부디, 그 책을 다 읽으면 나의 친밀감이 좀더 깊어지기를 바란다.
이건 그냥 하는 말^^
(이 글의 제목을 처음에는 '친밀감'으로 달아놓고 여기까지 썼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조기 위에 쓰고 혼자 좋아한 구절이 있어서 그것으로 다시 올리기로 했다.
어지간히, 라는 단어가 미치도록 좋아지고 있다^^
이건 또 다른 말이긴 하지만 어지간히 고독해야 글을 쓰는 거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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