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신기한 것 하나.
아침의 일상이 한 차례 마무리 되는 9시 20분. 그 때 알람이 울리면서 일하러 갈 시간을 알려준다.
무의식적으로 그 시간에 맞추어서 무엇인가 하게 되는데 늘 약 10분의 시간이 남는다.
그 짧은 시간이 오면 나는 무엇인가 (글의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망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을 기어이 로그인 해서 들어왔잖아!^^
아침 산책길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 저 멀리 병원을 바라보면서 유턴을 한다.
싱그런 바람과 날마다 두 배로 꽃이 피는 듯한 코스모스와 맑게 흐르는 물을 보면서
그리고 건강에 열을 올리느라 부지런히 걷는 인간들의 군상을 보면서(보고 싶지 않은데 마주치니까)
대개는 말씀을 듣는다. 참, 좋은, 시간.
중간에 마음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면 말씀은 저 혼자 떠들기도 한다. 그럴때는 그런대로 내버려둔다.
나의 마음을 옥죄어 한곳에 가두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꿀보다 더 단 말씀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 말씀이 꿀맛이면 내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갈 리도 없잖아?
어제부터 유턴 지점에서 병원을 물끄러미 보게 된다.
그 병원 중환자실에는 내가 무척 좋아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언니가 혼수상태로 누워있기 때문이다.
어제 오빠(선배언니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아는데 교회커플이어서 남편되는 분과도 친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혜영 의식 없지만 만지면 반응 보임 감사"
가슴이 울컥했다.
그러면서 나는 새벽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언니를 위하여 간구하고 천변의 바람을 즐기면서 가을의 아침을 맞이한다.
나는 나의 평안함이 행복과 충만함이 미안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저 이쁜 언니를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의식이 없는 아내를 안타까이 바라보면서 만지면 반응이 있다고 감사하다는 저 오빠에게 더욱 감사할 거리를 주세요.
이제 나는 일하러 간다.
오늘은 할아버지에게 더욱 잘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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