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순설, 2015

내멋대로 전도하는 방법중의 하나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5. 3. 26.

(오늘은 아침부터 객쩍은 소리로 시작하는 것을 용서바랍니당)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기분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감정의 뭉텅이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의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기미를 감지하는데 그것을 흔히 기분이라고 표현하지요. 오늘 기분이 어때? 뭐 괜찮은데? 오늘은 어째 기분이 별로야. 등등.

사람들은 자신이 상황이나 사건에 대하여 상당히 이성적이며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거의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심중을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체크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피적인 일의 처리나 행동으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배운만큼 이성적이다'고 넘어가버리기도 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심층 제일 아랫부분에는 기분으로도 표현되지 않는 무의식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신기하고도 신비한 어떤 힘에 이끌려(자신이 이끌려간다고는 절대 인지하지 못하고말고요)하루를 한달을 그렇게 일생을 삽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그러니까 혼자 좌절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적합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우리의 마음은 언어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들 뿐이다....

 

그렇게 본다면, 나의 괘변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렇게 결론 짓고 싶습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감각적인 것들 뿐이라고요. 지극히 논리적인 글을 접할 때나 이성, 이론적인 대화를 나눌 때에도 밑바닥에는 감각이 움직여 그것을 동조하고 인식하고 느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 그냥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그러니 글로써, 설교로써, 책으로써 대화로써 독자나 교인이나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동원되어야 할 것은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며 냄새조차 없는 저 유령같은 감각을 일으켜세워야 하는 것이지요.

 

내가 이런 글을 아침부터 길게 이어가는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존스토트 목사님의 책을 읽으면서 다분히 억지스러운 부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목사님의 서술방식과 논리 전개의 스텝을 내가 미처 못 따라가고 있다고요. 그렇게 말하면 존스토트 목사님의 명예가 손상되지는 않겠군요.

독서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만 이것을 단순히 작가와 독자와의 인식에서의 괴리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흔히 아는만큼 보인다 아는만큼 읽는다고들 하면서 독자의 지식의 협소함으로 인해 작가의 사상을 넓게 받아들이지 못하므로 인해 생기는 결로현상(이런 비유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문득 떠올라서)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책을 읽은 경험으로 본다면 소설이든 인문학책이든 하자 없는 책은 못 보았습니다. 마치 인간은 다 그래야한다는 듯이 내가 읽은 모든 책에서 발견했던 크고 작은 결점(하자라고 하니 내 기분학 상 좀 격이 떨어지는 것 같아 단어를 바꾸었습니다)은 그 책의 위상을 떨어뜨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이다라'는 말 비슷하게 '그러니까 인간이 쓴 책인 것이다' 라고 말하면 내 생각에 동조하실른지?

독서 중에 만나게 되는 구멍은 깊거나 얕거나 크거나 작거나 간에 일단 독자들의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것은 사실일 겁니다. 어, 이게 뭐지? 납득할 수 없군. 작가의 비약에 동조할 마음이 안 생기네.

그 구멍인지 구덩이인지 앞에서 독자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야마(아이쿠 이런 단어를!)를 돌리게 되면 책속의 풍요로운 곳간에서 반쯤은 몸이 빠져나온 상태가 될 것입니다. 몰입은 이미 물건너 간 것이지요.

 

이제야 겨우 저의 생각을 말씀드릴 때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이 글을 끌고 오느라 저도 개고생했지만 잘 넘어가지도 않는 이 글을 꾸역꾸역 넘기느라 당신도 '개개고생'하신 것을 다 알고 감사드립니다.

그 구멍인지 구덩이인지 쉽게 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의 감성을 감정을 감각을 그 틈에 실리콘처럼 쏘아 버리는 것입니다. 있는 힘을 다하여 내 안의 감각을 쥐어짜면 밑바닥에서 출렁출렁 움직일 기미를 보이다가 어느 순간 스킨스쿠버의 물질처럼 유연한 몸짓으로 세상에(물밖에) 얼굴을 내밀고 페로몬같은 감각의 향수를 마구 뿌려대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만 독자의 눈과 귀가 온통 금빛으로 물들면서 검고 음습했던 구멍을 오히려 간절히 찾게 되는 현상까지 나타날 겁니다. 믿거나말거나.

그렇다면 어떻게 감각을 동원시키느냐고요?

그것은, 음...

당신이 기독교인이라면 기도하라고 할 것이고요

당신이 비기독교인이라도 역시 기도하라고 할 것입니당 히힛

 

 

감당하지 못할만큼의 감각을 억수로 주신 나의 하나님께 오늘도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