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초, 중앙로에 있는 대형팬시점에 들러 노트 한 권을 구입했다.
Episode 라는 제목이 붙은 좀 두꺼운 스프링 노트였는데 꽤 마음에 들었다.
항상 내곁에 있는 그 노트는 매일 새벽 일어나자마자부터 시작하여 잠들기 전까지 거의 모든 일과를 기록했다.
어제밤 잠이 든 시각, 오늘 아침 일어난 시각.
설교 말씀 내용
떠오르는 생각
책이나 강의의 내용도 적혀있다. 귀퉁이에는 커피우유, 까르보나라 등등의 하루 먹거리도 적고
귀퉁이의 귀퉁이에는 계란 한 판 얼마, 차비 얼마, 헌금, 이런 가계부 용도의 메모도 있다.
누군가로부터 온 전화, 그 내용중 중요한 것. 이체시킬 통장의 번호, 중간에 들른 아들의 투성까지 받아적었다.
정말 하루의 거의 모든 것들이 다 적혀 있는 노트다.
그 노트를 지금 세 권째 쓰고 있는데 살펴보니 몇 장 남지 않았다.
물론, 얼마 전 다시 팬시점에 들러 새 에피소드 노트를 사서 쟁여놓았다.
생각같아서는 몇 장의 여백은 걍 냅두고 새 노트를 떡하니 꺼내 쓰고 싶지만 꾹 참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대체 무슨 글을 그렇게 빽빽히 적어놓았나 하면서 들추는데 가슴 설레는 글, 감동 먹은 설교문 등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중 하나 옮겨적는다.
(성실하게 필사했던 당시의 마음을 떠올리며 필사를 다시 필사하는 이 마음도 꽤 경건하다^^::)
2013년 1월 24일(서영훈목사님!!) 100주년 새벽예배에 올려진 묵상의 한토막인 것 같다...
"오히려" (물론 내가 임의로 붙인 제목이다^^)
...이렇게(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며 깊은 후회와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영적으로 부흥하고 새롭게 신앙의 전환점을 만들려고 하면 하나님이 도우시고 기쁘고 뜨거운 감동과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맞아요!!!)
우리가 작은 영적 도약을 마련하려고 할때, 지금까지의 영적 나태함을 벗어던지고 믿음으로 나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할때, 기도하려고 할 때,
금식함으로 악한 욕망을 끊고 하나님만 의지하려고 할 때에
그 작은 믿음의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오히려 세상은 더 비정하고 사납게 달려든다는 사실입니다.
믿음의 기치를 들고 신앙의 깃발을 높이 들려고 할 때 오히려 더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고 더 강하게 나를 밀어부치며 절망하게 만들고 포기하게 만들고 주저앉히려는 사단의 공격이 훨씬 심해지는 것입니다...(그러게요...^^;;)
멀리 있는 사람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사람, 같은 동족, 친구, 가족이 오히려 나를 더 절망시키는 것입니다.
나를 잘 알고 믿었던 사람, 기대했던 사람이 나를 짓밟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무시하던 그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2013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믿음의 도약을 이루고 싶은 결단을 하고 기도를 할 것입니다.
성전을 재건하고 하나님을 회복하고 영적으로 무너진 곳을 수축하고 보수하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수없이 무너지고 수없이 좌절하면서 매년 다시 똑같은 자리로 돌아간 경험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영적 토양을 바꾸고 작은 습관을 고치고 영적 무기력을 혁파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승리한 경험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나의 상황을 잘 알고 계셔요?^^;;)
아주 가까운 사람이나 기대했던 지인이 나를 절망시키고 주저 앉히려고 공격하는 것을 많이 경험 했을 것이며, 뜻하지 않은 일들이 그냥 살던대로 살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흑흑...맞아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십수 년이 지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결단은 약하고 내 의지는 무기력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구원하실 의지와 능력은 그 누구도 어떤 권세도 꺾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 하나님이 올해도 일하십니다. 나를 붙들고 지금까지 여기까지 일하신 신실하신 하나님이 이 한 해도 나를 목적으로 찾아오시며
용서와 사랑과 인내의 실력을 갖추게 하시고자 끝없이 일하실 것입니다.
그 하나님을 바라보며 다시 떨쳐 일어나 죄와 싸우며 세상의 유혹에 타협하지 않고 거룩을 추구하며 하나님의 자녀와 백성다와지는 싸움을
"피 흘리기까지" 싸우셔서 결국 성전을 재건하고야 마는 승리로 마지막을 장식하시는 복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기도)
사랑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영적 싸움에서 늘 넘어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포기하고 그럭저럭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결국 거룩의 완성을 이루어내시고자 이 한 해도 그 성실함으로 일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하나님. 이 한 해에도 나의 손을 잡으시고 영적으로 승리하는 복된 한 해가 되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세상의 유혹에 타협하지 않고 죄악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부인과 인내로 승리하게 하옵소서.
용서와 사랑에 더 큰 실력을 가지도록 저를 변화시켜 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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