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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착한척 하기

신년 첫 주일은 봉투 3개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6. 25.

신년 첫 주일은 봉투 3개

 

 

참 이상도 한 것이...

열흘 전, 그러니까 12월 22일 필그림에서 스무 가지의 결심을 했을때 분명히

8번째에^^ 은혜로운 신앙 에세이 한 편 쓰겠다고 잠정적인 결단을 했었는데.

<은혜로운>에 포인트가 있다!

어제 주일, 주보를 보면서부터, 아니 실은 일주일 전 송년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부터 마음이 썰렁했었다.

그러니 일단은 적고 볼 일이다. 마음이 썰렁했던 이유들을^^;;

 

성탄절 다음날인 12월 26일 주일, 이쁘기 한량없는(교회에서 미스 코리아 5위 안에 분명히 드는)장로님 사모님이 나누어 주신 주보에는 순결하도록 하얀 봉투와, 미소짓는 병아리 색의 간지가 끼워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수양관 예배실 물품 봉헌>에 대한 안내문이었고, 예수님 신부같은 봉투 겉면에는 신년감사헌금, 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시점에, 필그림에서의 4번째 결심을 다시 복습한다면(고대로 적어본다^^)

4. 교회의 입지를 정리한다.

(교회의 입장을 이해한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순종한다. 사랑한다)

이렇게 참으로 아름다운 결심을 한 지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 지난 주일, 주보를 보면서 이런 이상한 결심을 했다.

이상한 결심: 올해는 도대체 얼마나 여러 종류의 헌금봉투, 내지는 각종 명목의 성금을 갹출하시는지 좀 적어보아야겠다!

 

그리하여 어제 주일도 차근차근 목록을 정리했다^^

신년감사헌금을 드리고, 수양관 예배실 물품 봉헌은 방석 몇 개라도 하고 싶지만 결정하지 못했고 몇 개나 할까 아직까지 고민중.

예배 후, 마당에 나오니 청년교회에서 <피지 단기 선교>를 위한 성금 모금 차 판매를 하고 있다. 아이고 깜짝이야~ 투명 헌금함에 지폐 몇 장 넣고 따끈한 차라도 한 잔 얻어마시고 싶지만... 지갑을 뒤져보니 딱 만원 한 장 있다.

과부의 렙돈 두 닢처럼 몽땅 낼까, 어쩔까 하다가 바리새인처럼, 제사장처럼 외면하고 싹 돌아섰다.

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었고, 너무 추웠으므로 세븐 일레븐에 들러 800원짜리 커피 사먹고 말았다. 9200원 남긴 지갑이 어쩐지 껄쩍지근하다.

어제 교회에 오신, 칸나보다 믿음도 좋고, 마음도 좋으신 분들은 세 번, 지갑을 열었을 것이다.

신년 감사헌금과 피아노나 프로젝터나 정수기를 구비하기 위한 헌금, 그리고 피지 단기 선교를 위한 성금까지!

그것 뿐이랴. 교회에서 식사를 하기 위하여 또 지갑을 열으셨을 테고,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하여, 다시 지갑을 열으셨을 테지.

(교회가 돈만 안다고, 혹은 야박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하여, 결코 그렇지는 않음을 알려드리기 위하여 금액은 적어야겠다. 제법 먹을만한 점심 식사 티켓은 500원이고 커피는 100원이다)

교회에 가면 마음을 열기 전에 먼저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 좀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지갑 여는 것을 기뻐하신다는데에야 뭐라 할 말이 있어야지~~

그러니까,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가 진작에 단언하지 않았느냐 말이닷.

돈주머니가 회개하지 않으면 진정한 회개가 아니라고.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닷새동안 <신년축복새벽부흥회>를 하는데 수백명의 믿음 좋으신 우리 교인들은 새하얀 봉투에 감사헌금을 넣어 하나님께 봉헌했을 것이다. 이 추운 날씨에 꼭두새벽부터 수원에서 분당에서 양평에서 동두천에서 인천에서 오로지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교회로 달려가신 분들에게 축복을!

 

...우리는 매 주일마다 '돈주머니와 함께 회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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