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상한 교회에 다녀왔다.
평창동 갤러리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제법 큰 갤러리 꼭대기층에서 벌어진 이상스런 모임이었다.
영문을 모른 채 낯선 평창동까지 끌려가게 된 것은 지난 금요일 밤, 원로작가의 출판기념회에서 왕선배 소설가의 꼬드김 때문이었다. 같이 성경공부를 하기도 하는 그 왕선배님은 살짝 나를 불러내더니만 "우리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다른 여느 소설가와는 다르지 않느냐. 하나님께 영광이 되어야하지 않겠느냐. 우리는 크고 비밀한 일을 알고 있지 않느냐" 이렇게 서두를 단 뒤, 본론을 꺼냈다. 어찌어찌해서 목사님 한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 분이 평창동 갤러리에 교회를 세우게 되었다고 하면서 모임에 한 번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갔다.
서로 처음 만나는 분들이 대부분인 듯 어색한 표정으로 열 댓명 정도 되는 분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깔끔하고 너무도 목사님처럼 보이는 분과 인사를 나누고 모집책인 듯한 두 분(한 분은 나를 끌고 온 왕선배 소설가, 다른 한 분은 갤러리 주인이었다)이 얼결에 끌려온 느낌이 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했다. 네 명의 소설가와 몇 분의 갤러리 주인, 큐레이터, 구치소 간부, 연대 기독교학과 교수, 그리고 국민일보 이태영 기자도 보였다. 미술쪽 반, 문학쪽 반, 출판 쪽 약간 그 정도의 구성이었던 것 같다.
그 럭셔리한 갤러리 공간 한 층에 교회를 만들게 된 연유를 들으며 나는 혀를 내둘러야 했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아니 기독교인들이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기적같은 일들의 결과였다.
아무 조건 없이 갤러리를 교회 사용으로 내어 준 갤러리 주인이며, 주께서 쓰시겠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갤러리에 교회를 세울 포부를 완성시킨 목사님 모두, 이성만 가진 세상적인 눈으로 본다면 제 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문득 우리 조재진 목사님이 우리교회에 부임하셔서 하신 첫 설교 "주께서 쓰시겠다고 하여라"라는 설교가 떠올랐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나를 끌고 온 왕선배 소설가가 입을 열었다.
"목사님이 이 곳에 교회를 세운다고 하시는데, 이 땅에 교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 보시기에 바람직한 교회를 세우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먼저 이태영 기자님이 샘플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모델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서요."
한동안 사양하던 이태영 기자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 대부분은 이른바 차인표식 목회에 대해서였다. 그의 이야기는 요 밑의 국민일보 오늘 기사에 거의 100% 그대로 씌어있다. 역시 글쟁이라 어제 오후에 나눈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기사화 할 수 있는 그가 정말 부러웠다.
그 곳에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목사님의 비전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목사님의 말씀 중에 나의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교회없는 교회였다. 개척교회가 부흥이 되어 새 교회지를 사고 교회를 지을 무렵이었다던가? 마침 IMF가 터져 교인과 주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본 목사님은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교회를 지으려고 모았던 돈을 어려운 형편에 처한 교인들에게 삼백만원, 오백만원씩 나누어 주고,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에게도 그런 방법으로 나누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건물로서의 교회는 존재하지 않지만 기독교인들의 모임인 교회는 지금도 왕성하게 사회 봉사와 구제를 하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 지을 돈으로 이웃을 섬기고 교회는 지역의 사회복지관을 빌어서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후 지금까지 지역의 사회관을 빌어서 교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교회가 교회를 짓기 위하여 많은 헌금을 하고, 교회 유지를 위하여 또 다시 많은 헌금을 사용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이번, 갤러리에 교회를 세운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갤러리도 교회가 될 수 있고, 회사도 교회가 될 수 있고, 주변의 복지관도 교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목사님의 생각이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이 있고, 참 다양한 목사님들만큼이나 다양한 교회가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자, 이제 우리도 차인표 식 목회를 한 번 따라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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