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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생각하라

천사를 보았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6. 24.

천사를 보았다

 

완전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완전한 천사 역시 없다. 그런데도 천사는 있다.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 볼 것이다. 완전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고 완전한 천사는 아니지만 분명 그들은 천사였다. 그렇다. 나는 천사를 보았다.

 

몇 년 전, 다니던 교회의 의뢰를 받아 미담집 집필에 관여한 적이 있었다.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는 역사 자료에 근거한 <교회 100년사>를 기획하는 동시에 100년 동안 교회를 따뜻하게 만든 숨어있는 사랑의 사람들을 발굴하여 가슴 푸근한 이야기들을 펼쳐 내 보여줄 장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100년 동안 교회에서 일어난 하나님 안에서의 사랑의 교제, 세칭 <미담집>을 동시에 발간하기로 한 것이었다.

나에게 집필을 외뢰한 교회 측에서는 사십 년 가까이 교회와 같이 자랐고, 많은 교인들을 접했거니와 그 전 해, 신춘문예로 늦깎이 등단한 나에게 집필을 맡기는 것이 적격이고,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판단이 섰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여 소설쓰기에 골몰하던 내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원고지 천이백 장 분량의 미담집 집필 초고를 완성했고, 그것들은 다시 수많은 회의와 퇴고작업을 거쳐 팔백 장 분량의 미담집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던 것이다.

 

일 년 가까운 기간 동안 백 명이 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신앙인들에게 살아있는 하나님의 역사를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짬짬이 목사님, 장로님에서부터 교회에서 청소를 하는 집사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성능 마이크가 내장된 레코더를 들고 진솔하고도 은혜로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다지 의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의 나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했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남겨 소설 쓰기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할 욕심이 많았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오랜 교회 짬밥 기간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했던, 진솔한 대화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 사람들 중에서 나는 천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천 명이 넘는 교인들과 100년이 넘는 교회의 역사에는 분명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이 증언하는 간증의 역사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이 써내려간 사도행전이 있게 마련이었다.

 

하나님은 그 기회를 통해 나에게 여러 가지 새로운 깨달음을 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완전한 신자는 없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깨달음이었다.

일테면 어떤 믿음이 좋다고 정평이 난 권사님을 인터뷰 하면서 그분의 입술을 통하여 증거 된 수많은 삶의 이적과 기적에 하나님이 관여하신 생생 체험을 듣고 더 할 나위없는 은혜를 받았는데, 정작 그 권사님의 며느리를 통해서는 <시집살이가 너무 고되어 죽고 싶었다>라는 고백을 듣는 것이었다.

타인을 향한, 범인은 짐작할 수조차 없는 위대한 희생과 겸손한 자선을 후광처럼 거느리고 계신 어느 분과 구역공부(감리교에서는 속회라고 한다)를 십여 년째 함께 하는 교인의, 예를 수없이 열거하면서 늘어놓는 또 다른 증언으로 결론짓건대 그분의 끔찍하리만큼 지독한 이기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자비량 선교로 태평양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칠순을 훨씬 넘기신 노 권사님의 주위에는 가족들은 어쩌고 자신의 신앙비전만 좇느냐는 비아냥이 끊어지지 않고 뒤따라오고, 국내외에 제법 알려진 유명인사인 교인의 뒤를 보면 자기 자랑과 교만, 그리고 학벌과 세상의 지위에 굽실거리는 적나라한 모습이 타인의 눈에 도장처럼 찍혀있다.

 

이렇게 위에 열거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주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하늘 아래 완전한 인간은 없다는 것을 진작 깨달은 나로서는 모든 사람들의 그 아이러니를 뒤집어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아킬레스건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하여도, 아무리 믿음이 좋다고 소문난 사람이라고 하여도, 그리고 아무리 멋지고 본받을만하다고 타인이 인정한 사람이라고 하여도 숨길 수 없는 약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것!

 

다른 말이지만 이참에 꼭 곁들이고 싶은 나의 항변이 있다.

나를 대하는 많은 교인들의 시선도 그다지 곱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권사까지 되었는데 세례 받았을 때 이미 졸업했어야 하는, 술 담배를 수십 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 뭐 그리 자랑이라고 책이며 칼럼에 대놓고 커밍아웃하는지 모르겠다는 투의 뒷담화를 많이도 주워들었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큰소리치고는 한다. 그래도 예수님을 믿었기에 이 정도라도 되었다는 걸 모르시나봐. 만약 내 생애에 예수님이 간섭하지 않으셨다면 이런 기적적인 인생을 살 수는 없었으리! 대체 뭐가 문제인데요?

“오호라 곤고한 자로다. 누가 나를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이렇게 귀한 말씀을 겨우 주초잡기 끊었느냐 못 끊었느냐 같은 사소한 것에 제발 대입시키지 마시라구요! 세간에 그런 말도 있잖아요.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구요!

 

내가 만난 천사들은 완전하지 않았지만, 그럼으로 해서 더욱 더 아름다웠다. 나는 그들의 결점들을 하나님께서 순차적으로 해결해주시고, 고쳐주시고, 없애주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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