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3개월치 설교!
몇 달 전 새로 개비한 MP3에는 아들 취향의 힙합이 가득 들어있다. 가물에 콩 나듯 청승맞은 가요도 몇 개 끼어있지만(예를 들면 김C의 청춘이랄지...)꿀보다 더 단 설교를 듣느라 그 많은 노래를 열 개도 못들었다
오늘도 산책을 가려고 MP3의 내용물을 점검하는데 가만히 보니 내장된 설교를 다 들었넹?
보통 며칠에 한 번씩 설교를 넣어놓는데 한 번 넣을 때 열개에서 열 두 개 정도를 넣고, 다 들으면 삭제해 버리곤 하는데 그 짓꺼리를 벌써 몇 달 째 하고 있는 중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방으로 기어가 노트북 켜놓고 설교를 다운 받으려고 검색을 하니까...아, 글쎄...
그 새, 다 들었더란 말이지! 5년 하고도 3개월치 설교를!!
계산해 보았더니 대략 300개 정도의 설교. 설교 하나에 3, 40분... 요 몇달동안은 설교에 완전 집중한 날들이었다!
천변 5킬로 한 바퀴 도는데 50분에서 1시간.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설교를 듣는 재미로 천변을 산책했던 것이다. 듣는데 감동을 더 받고 싶은 나머지 m&m 초콜릿 만한 이어폰을 팽개치고 노트북 음악 들을 때 끼는 헤드폰을 끼고 천변을 걸으면서 그 많은 설교를 마치 애인 목소리 듣듯 달콤하게 들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이제 칸나, 무슨 재미로 사나 고민하다가 잘 검색해보니 수요예배도 MP3 다운 받게 되어 있넹.
이게 웬 떡이냐, 일단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그리고 16개 다운받았다. 일주일 양식으로는 충분할 것 같은 양에 매우 만족하심^^
요 몇 달 동안 300개의 설교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은 하루에 설교를 여섯개 일곱 개 듣기도 했다. 마약 중독처럼 끊을 수 없었다!!
대신 무슨 연유에서인지 내 자신도 잘은 모르지만, 마약중독처럼 끝없이 찾았던 담배를 좀 많이 멀리하게 되었고, 술도 예전처럼 죽자고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본의아니게 범생이 된 칸나^^
정말 마약처럼 나를 사로잡은 설교!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귀에서 왕왕거리는 설교를 들으면서 혼자 히죽거렸고, 걸어 집으로 올때도 설교 한 대목 들으면서 왔고, 하다못해 교회에 전철타고 가면서도 설교를 들었고, 대학로 빠리 그라쌍에 앉아 문우들 기다리면서도 설교를 들었다. 대단해요!!
이제부터는 좀 절제를 해서 하루에 설교 하나만 들어야겠다.
필에 맞는 목사님을 만나기도 어렵고, 필에 맞는 설교를 듣기도 힘든데 칸나에게 딱 맞는 분이다!
신앙의 멘토.
그런면에서 오늘도 감사드려야겠지? ^^;;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5년 3개월치 설교로 칸나를 살려주셨네요...^^
(걍 은혜롭게 넘어가고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우리 목사님도 그 설교를 들으셨는지, 몇 주 동안 그 목사님의 설교를 표절하셨다.
우리 목사님은 어쩌면 편하게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그러니까 3, 4 년 전 설교를 지금 누가 기억하겠어? 하고.
그런데요, 목사님~ 하필 제가 들었어요. 이상하게도 꼭 설교를 들으면 꼭 그 주일날, 목사님이 그 내용을 반쯤 섞어서 설교를 하시더라구요~~
그런 것이 설교 윤리에 위반되는지, 목회자의 윤리에 어긋나는지 그런 거 잘은 모르지만, 출처는 밝혀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고 칸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마는...
지금으로선 그다지 관심가지 않으므로 여기까지만 언급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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