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나의 스토커!
얼마 전, 한 달 여의 캐나다 미주 여행을 다녀왔다.
자그마치 40여 년을 바라보는 우리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을 잠시 접고(?), 죽었다 깨어나도 본교회로는 도저히 발길을 옮길 수 없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날아갔다.
하나님, 놀다 오겠습니다. 잠시 눈을 좀 감아주세요, 하는 심정이기도 했다.
장성한 아들과 함께 한 여행은 즐거웠다.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가이더를 만난 덕택에 이국의 문화유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유명한 관광지마다 증명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패키지여행 후 뉴욕 플러싱에서 삼십 년째 살고 있는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참, 많이, 자유로웠다.
그런데! 바로 그 후부터가 문제였다.
언니는 뒤늦게 하나님의 은혜에 푹 빠져 있는 상태였다. 내가 선물로 가져간 새 찬송가, 가스펠, 찬송가 모음 CD, 그리고 각종 신앙서적을 보고 언니는 환호성을 질렀다.
결국, 언니 집에 머무는 내내 가스펠을 치기위한 코드를 알려주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아있어야 했고, 때마침 간증집회를 하는 부흥회에 내리 참석을 해야 했고, 본 교인들도 몇 명 참석하지 않는 금요철야기도회까지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 결코 내 뜻은 아니었다. 나는 분명히 휴가차 여행을 왔는데 이게 뭐람!
게다가! 뉴욕 교회에서도 사순절 특별 40일 새벽기도를 계획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40일의 날짜 밑에 일수 찍듯 사인하는 난이 그려진 꽃분홍색 카드를 받았다. 그리하여 뉴욕에서부터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 새벽기도 40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한국을 떠나서는 좀 자유롭게 실컷 놀고 싶었는데!
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벽에 자랑스럽게 붙어있는, 뉴욕 순복음 안디옥 교회에서 나누어 준, 40개의 동그라미가 꽉 차게 채워진 새벽출석카드이다.
아, 정말 하나님은 나의 스토커!!
'그러므로 생각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별하지 않은 특별 (0) | 2012.03.08 |
---|---|
철면피한 삶과 막무가내의 믿음 (0) | 2012.03.07 |
5년 3개월치 설교! (0) | 2011.06.25 |
하나님의 초대, 맑게 소외된 자리 (0) | 2011.06.25 |
하나님의 트렁크 (0) | 2011.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