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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나의 스토커

19일 - 태풍이 온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6. 23.

19일 - 태풍이 온다

 

 

어제 늦은 귀가를 핑계 삼아 늦잠 잤다. 기분 좋은 아침. 묵상.

<우리는 기도를 우리를 위해 어떤 것을 얻는 방법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기도는 하나님을 알게 되는 방법입니다.> 아멘.

 

<마음의 배가 고프십니까? 그렇다면 기도를 통해 마음껏 드십시오!> 아멘.

 

하지만 오늘의 기도는 어쩐지 집중이 되지 않아서, 그래서 마음의 배가 채워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럴 때도 있으려니, 하면서 편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맨날 장날이면 힘들잖나! ^^

 

성경. 사도행전 4장.

34절.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은 그 들 가운데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인가 내놓았을 것이라고. 무엇인가 아낌없이 내놓은 그들의 마음에는 예수 안에 한 형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신앙의 공동체에서 신앙뿐 아니라 삶도 공동체가 되어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하지만, 이 초대교회의 모습을 현대 교회에 적용시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자발적으로 행할 사람이 극히 드문 한국 사회에서 한국 교회에서 이러한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넓은 사람은 마음을 나누어주고, 사랑이 많은 사람은 사랑을 나누어주고 그렇게 긍휼, 인내, 자비, 선, 물질, 아주 작은 물질까지라도, 사랑으로 서로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의 주위에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예수님에 대한 치욕이다, 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나에게도 분명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고 리스트를 작성해 보아야겠다고 결심. 훤한 아침에 묵상하려니 역시 집중하기 어렵다. 새벽시간을 되찾자고 반성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고 있다. 게으름을 즐기면서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브런치를 먹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걸어서 세상 속으로>를 진지하게 시청했다. 내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 하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또 하나는 일기예보.

나는 일기예보를 보기 위하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니 타이거 우즈니 양궁이니 하는 스포츠를 인내심을 가지고 시청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프로그램인 스포츠 뉴스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일기예보를 샴쌍둥이처럼 배치해놓은 방송국에 대하여 나는 무한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호감 프로그램을 비호감 프로그램 뒤에 붙여놓은 현명한 처사는 가끔 나를 미치게 만든다. 될 수 있으면 방안에서 서성이다가 얼추 시간을 맞추어 나간다고 나가지만 항상 스포츠 뉴스의 끄트머리를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여튼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하다못해 개나 소나 다 가는 중국 여행도 못해본 나로서는, 그런 즐거운 여행을 월급 받으면서 즐기는 KBS PD가 부러워 침을 흘리면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시청할 수밖에.

멕시코 유카탄을 한 시간 동안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좀이 쑤시는 기분이었다. 죽기 전에 한국이라도 제대로 한 바퀴 돌았으면 원이 없을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 한 달 쯤 머물고 속초에서 두 달 쯤 머물고 남해에서 일주일 이렇게 머물면서 말이다. 노년은 그렇게 멋지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될 줄 믿~쑵니다, 하나님!!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한데 오후의, 산문분과 작품 합평하는 것 때문에 몇 시간째 고문을 당했다. 회원이 수필 두 편을 올렸는데 그것에 대한 감상문이라고나 할까...

얼렁뚱땅 온라인 카페에 일단 평을 올렸는데 내용은 허접했다. 겨우 숙제를 마치고 협회 사무실로 갔다. 비오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왜 비만 오면 이렇게 온 몸에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스멀거리면서 견딜 수 없는 마음이 되는지 모르겠다. 만약 모임이 없었더라면 집에서 혼자 마음고생 좀 할 뻔 했다. 아니지, 남편을 꼬드겨 동네 선술집에라도 끌고 갔겠지.

예닐곱 명이 모인 조촐한 자리였지만 토론의 열기는 자못 뜨거웠다. 두 시간 동안 딴소리 전혀 없이 수필, 문학, 평, 이런 고상한 문장들로 점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생각보다 진지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갈빗집에서 갈비탕 먹으며 반주로 술 한 잔. 글과 술은 닮은 부분이 꽤 많다. 쏠리는 현상,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는 집중현상이랄까... 계속 진행되면 필 받는 것도 닮았고, 할수록 느는 것(술도 마실수록 늘고 글도 쓸수록 늘지 않던가!)도 닮았고 뭐... 그렇다.

 

마침 시분과의 어여쁜 시인이 번개를 때렸으므로 산문분과 회원들과 함께 번개 장소인 바비큐 치킨 집으로 달려갔다. 해서 열 명 넘게(빠르기도 하여라) 모인 문우들과 즐거운 번개의 시간. 초복이어서 매운 닭볶음, 닭튀김, 등 완전 닭고기 일습으로 코스요리처럼 시켜 먹었다.

나는 단체 번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사람들이 복작거리니까 한 목소리로 말하기도 어렵고, 내용도 그다지 영양가 있지 못하므로 나는 그저 별 말없이 얌전히 앉아 술이나 꼴짝거렸다. 갈 사람가고 해서 다시 몇 명이 번개 2차. 분위기 좋은 호프집에서 다시 한 시간 넘게 담소.

이번에는 인원이 적어서인지 1차 때보다 대화가 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 차지는 않았다. 술자리는 어쩌면 그렇게 시간이 잘 가는지! 어찌하다보니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다. 서둘러 집으로 출발. 지부장의 초대형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쿵쿵 울리는 멋진 음악 들으며 집으로 가는데 도무지 내리고 싶지 않아 동네 한 바퀴를 더 돌고 나서야 겨우 내렸다.

내 소원 하나. 술 기분 좋게 마시고 지부장 차타고 밤 1시의 길을 두 시간 코스로 드라이브 하는 것. 물론 음악이 빵빵해야 한다.  대화는 필요 없다. 이런 조그만 소원은 금방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나님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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