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 빗속의 주님
또 다시 아름다운 주일을 맞이했다.
새벽에 일어나 일단 감사의 기도. 생각보다 몸이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어제 눈치껏 살살 마셨다, 토요일 모임은 정말 문제가 많다.
오늘 드린 찬양곡은 정말 좋았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찬송가를 편곡했는데 정말 멋진 곡이었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험하든지 나의 마음은 늘 편하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인생이 풍파가 심했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완전 대하소설감이라고도 말한다. 과연 그러한다. 삶이란 외면에 드러나는 부분도 있지만 내면에 간직하는 부분도 적다 할 수 없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찬양드렸다. 곡의 가사가 나의 마음이고 소원이고 기도제목이었으므로.
주보를 보니 내가 속해있는 역사 자료팀의 중요한 회의가 담임목사님 주재로 열린다고 되어있다. 계속 교회에 남아있으면 편하겠지만 우리 부부를 태워주는 친구가 남편 혼자 차를 태우고 가는 것이 혹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결국 다시 집에 들렀다 오기로 하였다.
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삼십 분, 오가는 길은 두 시간, 그렇게 영양가 없는 결단이었지만 나의 수고로 인해 누군가 마음이 좀 편하다면 해 볼만한 일이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집에 가기를 잘했다. 늦잠을 잔 아들에게 치즈볶음밥도 만들어주고 이것저것 대화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니까.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나는 다시 씩씩하게 집을 나섰다.
교회에 도착하니 12시였는데 아직도 설교말씀이 끝나지 않았다. 길기도 하여라, 우리 목사님 말씀.
하지만 나는 오늘 목사님 말씀 때문에 많은 찔림을 받았다. 거라사 지방의 귀신 들린 자에 대하여 말씀하시는데 왜, 유독 술 담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지.... 하나님은 어제 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는 '확인사살'을 하실 줄 아시다니요!
목사님을 통하여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그 속에 무엇이 있는가, 또 그 사람이 무엇에 붙잡혀 사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네, 아멘>
<어떤 사람들은 술에 붙잡힌 사람이 있습니다. 술을 안마시면 착하고 얌전한 사람이 술만 마시면 사람이 변해서 행패를 부리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 에...하나님. 하지만 저는 술에 붙잡힌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술만 마시면 약간 사람이 변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주사도 없고 유쾌 상쾌 통쾌한 시간을 보내다가 기분이 확 가라앉으려고 하면 얼른 자리를 피해 집으로 쏜살같이 오지 않습디까! ... 네, 하나님. 하긴 요즘 저는 술자리가 좀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좋겠는데 그게...잘 안된단 말씀입니다. 절제하라구요? 네, (매우 반성하면서)아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마귀가 시키는대로 마약, 본드, 여러 가지 환각제, 술, 담배 등으로 자기 몸을 상하게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 하나님. 저에게 절제의 영을 쎄게 내려주셔서 술, 담배에 대하여 더욱 확실하게 절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온전히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기를 원합니다. 요즘 저의 상황이 쪼금 과하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나의 몸을 상하지 않을 정도의 즐거운 취미생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내 속의 성령께서 알아서 나를 주장해 주시옵기를 바랍니당~>
<예수님은 이 귀신 들인 사람을 찾아오셨습니다. 사람들은 포기했지만 주님은 이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야말로 그 귀신들린 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있는 분이시고.... 예수님께서는 귀신들린 그 사람을 긍휼히 여기시고 치료하셨다는 것입니다.... - 네, 주님. 주님은 상한 심령으로 괴로워하는 저를 찾아오셨고, 능력으로 그리고 긍휼함으로 치료해 주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사야 53장 말씀 다시 찾아 읽으면서 주님을 찬양드리겠나이다.>
<한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합니다. 귀신이 있을 곳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귀신은 더러운 곳, 저 영원한 지옥에나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많은 사람들은 영혼보다 돈에 관심이 있습니다. 내 영혼이 어찌되었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수 믿으면 손해보는 겁니까? 오히려 예수 안에 들어오면 등산하고, 골프치고, 술 마시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참된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하나님, 등산, 골프, 술 마시는 것은 취미 생활인데 어찌하여 자꾸 제재를 하시는 것입니까? 오히려 위의 말씀처럼 영혼보다 돈에 관심있는 그 상황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진실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닐까요? 어떤 목사님은 테니스 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로 너무 좋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테니스도, 수영도, 다 버려야 하는 것입니까? 아닌 것 같은..데요... 뭐든지 과하면 부족함 보다 더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철학에 맞추어 잘 절제하면 되지 않을까요? 삶은 즐기고 누리고 잔칫집처럼 웃으며 살아야 하는 것 같은데요~~ 하나님. 예전에 안데르센 동화집인가 하여튼 어디선가 읽은 동화인데요, 사람들이 멋지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들길을 걸어 교회로 갔답니다. 참 멋지고 화창하고 기분 좋은 날이었지요. 그런데 교회에서 목사님께서 침을 튀기면서 지옥, 죄, 벌에 대하여 열과 성을 다하여 설교하셨다는 게 아닙니까! 덕택에 평화롭던 순하디 순한 시골의 착한 교인들은 모두 무서워 벌벌 떨면서 집에 갈 때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음미하고 즐길 여유도 없이, 시름없이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님, 이왕이면 모든 것을 절제하면서 즐길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럴 때는 꼭 하나님이 교회 안에만 있느냐고 항변하고 싶잖아요. 요즘 어떤 신학자들은 교회 안에 하나님이 안계시다, 고 선언하기도 하는 모양인데요... 앗, 죄송, 하나님! 아무튼 오늘 말씀을 통하여 저의 음주가무에 대하여 절제할 것을 결심합니다!>
3부 예배 후 목양실에서 담임 목사님을 모시고 역사 자료팀 회의 한 시간가량 열띠게 진행했다.
최우수 브레인들이 집합된 만큼 회의 진행에 별 무리 없었고, 일사천리로 잘 처리되었다. 추수감사절 100주년사 발간을 목표로 집필 교수에 대한 독려, 자료, 사진 등 수집 차원, 그리고 출판사 선정이 언급되었다. 나에게는 일단 교수님이 일차, 이차로 보내온 원고에 대하여 교정 작업이 지시되었다. 8월 말까지 작업 완료 목표로 진행하기로 함. 이제부터 조금 바쁘게 생겼다. 역사란 무엇인가. 100년 된 교회에서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나는 잠시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네, 주님. 하면서 순종.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1, 2차 원고만도 이미 천 장을 넘어선 상태이다. 꽤 두꺼운 100년사가 될 것 같은 예감.
이번 주 프린트해서 대강이나마 교정을 봐야 할 것이고, 교정이 잘 되면 곧 교수님께 송부해 드려야 할 미션이 주어졌다.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나를 잘 다독였다. 누가? 내가. 잘 될 것이다, 라고 내 자신을 안심 시켰다. 회의가 약간 미진하여 일행은 식당에서 모여 같이 식사하면서 계속 회의 진행했다.
오후 예배는 8월에 있을 남성 집회를 위한 헌신예배였다. 외국에서 남성 집회를 이끈 사례들을 비디오로 보니 장난 아니었다. 한국의 남자 교인들이 여자 치마꼬리를 붙들고(대개 그렇다는 말이다) 교회에서 별 운신을 못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교회에 있는 남성들 기가 팍팍 살 것 같은 불행한 예감이...^^
사실, 여자들처럼 말이 많지 않은 남성들 가슴에도 한이 있다고들 한다. 말 못하는 것들을 다 끄집어내면 새로운 비전을 향해 가는 목적에 다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공동체에서 마음을 합하는 계기도 될 것이렷다!
하늘에서 들이붓는 듯한 억센 빗줄기를 뚫고 다섯 시가 넘어서야 겨우겨우 집으로 왔다. 옷이 홀딱 다 젖었다.
하늘의 양식을 많이 먹었는데 육신의 배는 헛헛했다. 이게 뭔 일인고?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자는 남편을 꼬드겨 큰 우산 하나 받쳐 쓰고 동네 곱창 집으로 갔다. 순대곱창이 며칠 전부터 눈앞에 어른거렸기 때문에 오늘처럼 비 오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술국, 천엽, 순대곱창을 앞에 놓고 남편과 나, 둘만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안주만 먹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결국 비가 오는 바람에, 주님을 만났다고나 할까...
피곤할 때 술 한 잔은 정말 좋다.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오늘, 나는 만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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