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 옐로카드!
꿈속에서 돌아가신 엄마, 아버지를 만났다. 한 말씀도 없으신데다가 표정까지 별로였다. 깨어나서 진짜 반성문 썼다.
남편에게 반성문을 읊어주었다.
말없는 부모님의 훈계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첫째, 너, 요즘 술을 너무 자주 마신다. 도에 지나치면 (건강에) 좋지 않다! 맞는 말씀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눈동자 실핏줄이 팍, 터져 있었다. 술 마시면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다. 상비된 안약을 넣으면서 마음이 조금 우울해졌다. 내가 왜 이럴까... 장맛비 탓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노력할께요.
둘째! 요즘 동생들에게 너무 등한히 한다. 전화 한 통화 없이 그렇게 무관심하다니!
나는 가족에게 그다지 각별하지 않다. 전화 통화도 일 년에 몇 번 겨우 하고 만나는 것은 일 년에 다섯 번을 넘지 않는다. 설, 추석, 엄마, 아버지 추도식, 그 외에 한 번 정도. 거리가 먼 것도 아닌데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그네들은 내가 글을 쓰니까 방해하지 않으려고 전화도 조심해서 하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나는 워낙 전화 알레르기가 있기도 하지만 매일 기도는 빠짐없이 하면서도 그에 따른 행동에는 미진한 감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번 주 안에 한 번 만나 조카들 맛난 것도 사주겠습니다!
오늘도 반성모드로 시작한 나는 연합속회 때문에 교회에 가면서 평소보다 더 서둘렀다.
한 시간 일찍 교회에 도착하여 지하 기도실로 직행! 너른 기도실에 앉아 묵상기도 하는데 누군가 와서 선풍기를 틀어주고 가신다. 눈은 뜨지 않았지만 감사했다. 조금 후덥지근했기 때문이다.
연합속회 예배 말씀은 사랑에 대해서였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랑은 성령의 첫번째 열매이다. 사랑의 단계에 대하여 아주 쉽게 설명해주었는데 이렇다. I meet you 에서 I think you 의 단계로 그 다음은, like, love, want, need, 마지막에는 I am You의 단계까지 간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렸다. 내가 너와 하나가 되는 순간이 바로 사랑의 완성이다.
교회에서 영화상영 행사가 있었지만 나는 그냥 나왔다. 반성모드 실행의 일환으로 동생식구들과 점심 약속을 했다. 마침 방학이고 동생도 집에 있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점심 사준다고 큰소리치고 갈빗집으로 불렀다. 올케는 놀라서(나의 형편을 아주 잘 아는고로) 동네 쭈꾸미 집으로 가자고 계속 꼬드겼지만 나는 꿋꿋하게 갈빗집을 고집했다. 실은 점심 특선으로 나오는 코스요리는 평소의 절반 가격이었다. 게다가 냉면이나 돌솥밥도 나오고 반찬도 많이 나와서 가격대비로 볼 때 동네 쭈꾸미 집보다 훨씬 저렴한 것을 동생은 모르는 것이다. 가봤어야 알겠지. 나 역시 봄 학기 쫑파티 때 회원들이 예약을 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올케 말이 모처럼(4년 만에) 갈빗집에 왔다고 한다.(동생집도 가난하기는 나와 매양 한가지여서)모두들 아주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찌나 반찬이 많아 나오는지 고기가 오히려 남아도는 바람에 잘 구워서 싸가지고 갈 정도였다.
헤어지는데 올케가 용돈을 주었다. 아, 이런! 내가 지불한 음식 값보다 더 많이! 나는 극구 사양하고 올케는 진심으로 주고 싶어하여 다시 주고 어쩌구 하다가 결국 반씩 나누어 가졌다.
콤팩트가 다 떨어져 가루를 살살 아껴 쓰는데 잘되었다. 나는 올케에게 그 돈은 나만을 위하여 화장품 사겠다고 공언했다. 올케가 웃었다.
"그러세요, 고모. 고모만 위해서 쓰세요!"
신이 나서 집에 오는 길에 - 돈 다른 곳에 쓸까봐 얼른 - 콤팩트, 스프레이, 아이브로우 펜슬 샀다. 가방속이 빵빵하니까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주고받는 것은, 특히 이렇게 사랑으로 주고받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앞으로는 더욱 자주 만나서 만난 것 사주어야지, 하고 결심!
집에 오니 창비(창작과 비평이라는 계간지를 말한다)가 와 있었다. 엊그제 창비 아저씨(창비 책 파는 사람을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예전부터 창비 아저씨는 나름대로 유명했다)의 창비 정기구독 꼬심 전화에 넘어간 나는 일년치 구독 신청을 했다. 작년, 슬럼프에 빠지면서 나는 정기구독을 일 년동안 하지 않았는데 그쪽에는 회원명부가 있는 모양이었다. 보너스로 지난 창비와 책 한 권을 덧붙여 보내왔다. 낯익은 표지를 보니 가슴이 울컥해졌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바로 그 모습이었다. 자그마치 오년 전, 나는 창비 최종심에 한 번 오른 이후, 그곳은 별처럼 아득하고 먼 곳이 되어 있었다. 당장 꺼내보고 싶지만 꾹 참고 한 쪽에 밀어놓았다. 7월의 컨셉은 창비 독파도 아니고 소설쓰기도 아니다. 이렇게 편안하게 누리면서 일기나 성실하게 쓰는 것으로 이 달을 마감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신기한 메일을 하나 발견했다. 한 때 같이 어울려 다녔던 내 친구 남편이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그 부부는 오년 전인가 이혼했다. 원래 아내 쪽이 내 친구였으므로 그 친구 남편은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어떻게 옛날에 적어준 이메일 주소를 찾아냈는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대기업에서 명퇴한 친구 남편은 작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속초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써 보냈다. 8월에 한번 얼굴 좀 보자는 친구 남편에게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썼다. 남편과 같이 만나기로 약속했다. 한 때, 그 부부와 참으로 재미있게 보낸 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니 마음이 우울해졌다. 두 사람 다 각자 놓고 보면 참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들인데 어찌하여 부부로서는 살지 못하는지...
사람들이 삶을 옆에서 바라보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혼한 그 친구를 얼마 전 만났을 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혼할 당시, 지금처럼 믿음이 있었다면 결코 이혼하지는 않았을 텐데..."
현재 친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날마다 체험하면서 복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다시 교회를 갔다. 수요일도 교회를 두 번 가는 날이지만 오늘처럼 연합속회가 있는 금요일도 마찬가지이다. 금요 겟세마네 기도회는 나에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를 완전히 홀리는 듯한 끔찍하게 사랑하는 이 시간!
한 삼십여 분 일찍 예배당에 들어가 앉았다. 물론 거의 앞자리다. 찬양팀들이 시디 올리고 베이스 드럼 두드리고 보통 시끄럽지 않는데 나는 그다지 방해받지 않고 묵상 할 수 있었다. 특히 오늘 동생가족들과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하여도 감사했다.
오늘 겟세마네 기도회는 저번 주에 이어 복음과 질병 치유 2탄이었다.
질병의 원인은 자연적인 것도 있고 유전적인 것도 있지만 죄로 비롯된 것도 있고 마음의 상처에서 오는 것도 있으며 드물지만 악한 영이 들리는 영적인 원인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은 죄로 비롯된 병과 악한 영에 의한 질병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죄... 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이런 느낌이 왔다. 내가 주장하는 취미생활(술, 담배)이 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한계를 분명하게 짓고 그 이상 과하면 죄가 되는 것을 인지하라! 내가 다스릴 수 있고, 분명하게 절제할 수 있고, 그렇게 나의 의지 안에 취미생활을 한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요즘처럼 과다한 음주는 건강을 해치게 될 뿐만 아니라 까딱하다가는 죄의 길로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했다.
목사님께서 들려주시는 이기는 방법
1. 예수의 이름으로(성경에 무수히 써 있는대로)
2. 십자가 보혈의 공로로(나의 죄를 십자가 앞에 내려놓는다. 내가 죽는다. 그리하면 죄도 죽는다)
3. 말씀으로
그리고 기가 막힌 보너스 말씀도 해 주셨다. 악, 소리 날 만큼 놀라운 말씀.
"마음에서 오는 병은 참 무섭습니다."
다음 주 겟세마네 기도회에는 질병의 원인 중 마음의 상처,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오는 마음속의 쓴뿌리에 대하여 말씀하시겠다고 하셨다. 마음속의 쓴 뿌리, 라고 목사님이 말씀하실 때 나는 전율을 느꼈다.
어제 친구와 비오는 천변을 걸으면서, (그 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친구와 나는 울먹이고 있었다) 나누었던 바로 그 쓴 뿌리에 대하여 목사님께서 또 다시 해답을 주신 것이다. 다음 주에는 친구와 같이 기도회에 와야겠다! 마음에서 오는 병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네, 맞아요, 목사님. 네, 맞아요, 하나님!
비는 여전히 내렸지만 나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불현듯 나의 가슴으로 뛰어 들어온 말씀(그것은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속의 성령이 알려주신 말씀이다)을 꽉 붙잡고 집으로 왔다. 자정 가까운 늦은 시각이었지만 나는 피곤한 것조차 잊었다.
나를 깨우치는 그 말씀을 잊어버리기 전에 여기저기 써놓았다.
이곳에도 써놓는다.
"취미가 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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